2일 뒤면 졸업식을 하는데… 뒤늦게 선린 지원 후기를 작성해봅니다. 더불어 선린 SW 영재원 지원 후기도 함께 작성합니다.
목차
- 선린 SW 영재원 지원
- 선린 SW 영재원
- 영재원 산출물 대회
- 선린 지원 준비
- 전형 선택
- 포트폴리오 준비
- 면접
- 장학생 선발고사
- 마무리
선린 SW 영재원 지원
때는 중학교 2학년 겨울, 평소처럼 학교에서 자다 일어나서 집에 갈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담임 선생님께서 가정통신문을 나눠주시길래 봤더니 무슨 SW 영재원?에서 모집을 하더군요. 일단 가방에 넣고 집에 갔습니다.
집에서 다시 보니, 선린인터넷고등학교에서 SW 영재원 학생을 모집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요즘 할 것도 없고 심심하겠다, 일단 지원해봤습니다. 지원할 때 자기 역량 같은 것을 적었던 것 같은데, 잘 기억은 안 나네요…
정신차려보니 서류 합격을 해서 면접을 보게 되었습니다. 필기 시험이 끝난 다음에 면접을 봅니다. 필기 시험에는 버블 정렬 / 복면산 / 스택 구조 등이 나왔고, 절반 정도 풀었습니다.
면접은 질문 3개 중에 2개를 골라서 답변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질문은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인상 깊게 읽었던 책에 대해 물어보는 질문이 있던 것은 기억납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읽은 ‘누가 내 치즈를 훔쳤을까?’ 라는 책을 읽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게 되었다~” 같은 대답을 했습니다.
또 학교에서 자고 일어나는 것을 $N$번 반복하니 합격했다는 연락을 받게 됩니다. 영문도 모른채 재미있는 영재원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선린 SW 영재원
교육 과정은 학교 홈페이지 등에 더 잘 나와있으니 넘어가고… 인상 깊었던 것/선린 관련된 것 위주로 간단하게 적어보겠습니다.
7월 중순에 수업을 들어오신 선생님께서 학생들에게 “영재원에 왜 지원했는지”를 물어보신 적이 있습니다. 멋진 목표를 가진, 생각이 깊은 친구들이 많더라고요. 저는 별 생각 없이 심심해서 지원했습니다. 입학 후에 들은 이야기인데, 그 선생님께서 저를 인상 깊게 보셨다고 하더군요.
7월 말 ~ 8월 초에는 프로젝트 하나를 진행합니다. 제 자리 주변에 앉은 친구 3명과 팀을 만들어서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이때 선린 소프트웨어과 재학생 선배들이 멘토로 오시는데, 그 분들한테 재밌게 잘 배웠습니다.
8월 말에 영재원 담임 선생님께서 “선린에 지원할 것인지” 물어보셨습니다. 저는 지원할 생각이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실제로 여름까지는 선린 지원할 생각이 없었는데, 어떤 이유때문인지 10월쯤 생각을 바꾸게 됩니다. 지금은 왜 생각을 바꿨는지 생각이 안 나네요.
영재원 산출물 대회
10월 말에는 영재원 산출물 대회를 겸한 수료식이 있습니다. 9월 말부터 시작해 1달 정도 기획&개발을 하고 10월 말에 발표를 합니다. 저는 여름 프로젝트를 같이 했던 친구 1명과 함께 대회를 준비했습니다.
어떤 작품인지는 말하기 창피해서 말 못하지만… 그때는 정말 열심히 개발했었습니다. 쓰러져서 입원했을 때도 병원에서 코딩할 정도로… 대충 3-4등 정도 예상했는데, 운좋게 산출물 대회에서 1등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와서야 말하는 건데, 제가 안드로이드에서 GPS를 사용하는 방법을 몰라서 그냥 선린인터넷고등학교 좌표를 하드코딩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작품만 보면 2, 3등했던 팀이 각각 1, 2등을 하는 것이 맞는 것 같은데, 아무튼 산출물 대회와 수료식을 끝내고 행복하게 병원에 갔습니다.
선린 지원 준비
10월에 지원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시간이 상당히 촉박했습니다.
전형 선택
처음에는 디미고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디미고는 특별 전형도 내신을 본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선린에 지원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지원할 수 있는 전형은 (1) 미래인재전형, (2) 본교교육과정이수자전형, 두 가지가 있습니다. 보통 본교 뭐시기 전형이 경쟁률이 낮길래 그쪽으로 지원했습니다.
포트폴리오 준비
제가 내세울 수 있는 것/다른 지원자와 다른 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1) 비교적 일찍(초등학교 5학년) 코딩을 시작했다, (2) 정보올림피아드 수상, (3) 선린 산출물 대회 1등, 이 세 가지를 강조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습니다.
(2), (3)은 상장 복사해서 클리어파일에 넣으면 되기 때문에 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1)을 잘 보여주기 위해, 먼저 연도 별/분야 별 활동 기록을 찾아보고 정리했습니다. 그 다음은 보기 좋게 정리할 차례입니다. 제출 폴더 최상단에 목차와 간단한 설명을 첨부했습니다.
코드만 대충 던져놓으면 어떻게 평가를 할까요? 각 작품 별로 어떤 것을 만들었는지/어떻게 실행하는지/어떤 기술을 사용했는지 설명을 첨부했습니다.
이 과정이 1주일 정도 걸렸습니다.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시간도 남길래 몇 가지를 더 추가했습니다.
- (최소한 제가 지원을 할 당시에는) 본교 뭐시기 전형은 자소서를 작성하지 않았습니다. (1)을 잘 보여주기 위해, 그리고 내가 이 분야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프로그래밍을 공부해온 과정”을 자소서 형태로 작성해서 클리어 파일에 넣어 제출했습니다.
- 설명을 할 줄 알아야 제대로 이해한 것이겠죠? 제가 공부한 몇몇 알고리즘에 대한 설명을 추가했습니다.
- 02년생은 학교에서 기하와 벡터를 안 배운다고 하더군요. 미적분도 안 배운 상태지만 무작정 수학학원에 가서 기하와 벡터 수업을 들었습니다. 이때 배운 내용도 정리해서 첨부했습니다.
여기까지 하고 남은 시간은 포트폴리오 검토하는데 투자했습니다.
서류는 붙겠지~ 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붙었습니다.
면접
영재원과 비슷하게, 필기 시험 후 면접을 봅니다.
필기 시험은 5문제가 출제되었습니다. 1/2번은 정보올림피아드 필기 문제에서 가져온 문제였고, 3/4번은 간단한 C언어 문제, 5번은 작업 스케줄링 문제였습니다. 중학생 때 정보올림피아드를 준비했었기 때문에 1-4번 문제는 빠르게 풀었고, 5번은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틀렸습니다.
시험이 끝난 후 면접 대기실에서는 영재원 친구들과 간식 먹고 떠들면서 즐겁게 기다렸습니다. 말린 고구마 맛있었는데…
면접은 선생님 4분이 들어오십니다. 영재원 덕분에 3분이 아는 선생님이라서 편하게 면접을 봤습니다. 심지어 한 분은 산출물 대회 때 “제가 1등을 해야 한다”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던 분이셨습니다 :)
면접 질문은 “포트폴리오에 있는 것이 실제로 내가 한 것인지” 확인하는 질문이 대부분입니다. 생기부에 결점이 있는 경우(무단 결석 등)에는 이 부분도 물어봅니다.
필기 시험에서 틀린 문제가 있으면 왜 틀렸는지 물어봅니다. 저는 문제 이해를 잘못했다고 말한 뒤, 어떻게 풀었는지 설명했습니다.
면접장에서 나온 뒤 붙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고, 얼마 후 합격했다는 연락을 받게 됩니다.
장학생 선발고사
저는 중학교 내신이 안 좋기 때문에 입학 전에 실시하는 장학생 선발고사에 별 기대 없이 응시했습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풀기는 했습니다.
대부분의 학생이 찍고 자서 그런지, 장학금을 준다는 연락을 받게 되었습니다. 놀라웠습니다. 저와 같이 연락을 받은 다른 친구들도 비슷했습니다. 영재원 특혜가 있는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신기했습니다.
입학 후 등수를 확인해보니 전체 6등/과 4등이더군요. 아 물론, 1학년 1학기 중간고사부터 멋지게 말아먹었습니다.
19학번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어차피 다 찍고 자는 학생들이 많으니까 끝까지 풀면 적지 않은 확률로 장학금을 받는 것 같습니다…
마무리
졸업을 2일 앞둔 시기에 3-4년 전 일을 복기해보니 재밌네요. 대부분 생각 없이 대충 무엇을 함 -> 잘 됨 같은 과정이라 기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사실입니다. 운이 좋은 케이스라서 항상 감사하며 살고 있습니다.
이 글을 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 지인일 것 같지만… 혹시 선린 입학에 도움이 필요하다면 여기로 연락주시면 도와드리겠습니다.
대학 졸업할 때 되면 대학 입시 후기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